‘메이드 인 퀘벡’ 막걸리 : 건배!

이것은 내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꾼 가장 괴상한 꿈에서도 퀘벡산 막걸리는 등장한 적이 없다.

퀘벡주 그랜비시에서 독일식 맥주를 전문으로 만드는 브루든 양조장이 막걸리 만들기에 도전한다. 다 같이 술잔을 부딪힐 때 사용하는 한국말을 따라 ‘건배’라고 이름 붙인 이 막걸리는 2021년 6월부터 퀘벡주에서 판매된다.

오랜 기간 공들인 프로젝트

브루덴 양조장 사장인 양조업자 카롤 뒤플랭 씨는 쌀을 발효시킨 이 술을 퀘벡에서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맥주를 만들기 전, 반도체 회사 엔지니어였던 그는 직업상 한국을 몇 번 방문했었다. 그때 식사와 함께 나왔던 우유색 술을 처음 마셨다.

뒤플랭 씨는 품질 좋은 막걸리를 퀘벡에서 찾을 수 없고,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사랑하는 퀘벡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는 양조업자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며 자신이 갖춘 능력으로도 한국에서와 같은 막걸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걸리는 어떤 술일까?

한국에서든 전 세계 어느 한식당에서든 소주와 막걸리는 가장 보편적인 한국 술이다 (물론, 다른 한국 음료들도 있다).
둘 다 쌀로 만든 술인데, 막걸리는 발효주이고 소주는 증류주이다.

온전히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막걸리를 만드는 방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든다. 여기에 밀을 발효해 만든 효모인 누룩과 물을 섞고 우윳빛이 날 때까지 여러 발효 단계를 거치며 기다린다. 알코올 도수가 6에서 18도가 되는 막걸리를 만들기까지 평균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막걸리는 한국에서 수 세기 전부터 마시던 술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쌀과 곡물 그리고 물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집마다 고유의 방법으로 만들어 왔다. 막걸리의 역사는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인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 식민지 시절, 독재 정권은 이익을 얻기 위해 막걸리를 공장에서 생산하고 상업화하려 했다. 

따라서 개인은 술을 제조할 수 없었다. 한국 전쟁 이후, 식료품이 부족을 이유로 당시 대통령은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했다. 70년대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맥주와 와인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술이 되었고, 막걸리는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그렇게 유행에서 밀려난 막걸리는 시골에서 마시는 술,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 되었다.

90년도부터는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일이 허용되었고, 가정에서 막걸리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막걸리를 수많은 상표 사이에서 고를 수 있다. 다양한 향을 첨가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쌀로 만든 술은 젊은 층에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복순도가 같은 유명한 몇몇 제조사들이 선보이는 고급 막걸리는 그 가격이 한 병에 100달러까지 나가기도 한다.

이 전통 음료의 인기 회복은 장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김치류의 발효식품을 찾는 경향과도 비슷하다. 술이기에 적정량은 지켜야 하지만, 막걸리에 있는 영양성분도 간과할 수 없다. 단백질 2%, 섬유질 10%, 10가지 아미노산, 그리고 비타민 C와 B를 포함하고 있는 막걸리는 훌륭한 항산화 식품이자 소염제이고,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전통 방식대로 만들려는 노력

카롤 뒤플랭 씨는 퀘벡산 막걸리를 만들어 내놓는 것으로써 한국 음식 문화에 도전장을 내민다. 쌀을 이용하는 양조장이 해외에 드물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에서도 그가 만든 술은 눈에 띌 것이다. 북미에서는 현재 브루클린에 위치한 Hana 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Makku만이 그 일을 하고 있다.

한국과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카롤 씨는 한국을 여행하는 것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이 계획하는 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고유의 술로 유명한 전주, 서울, 여수, 평택 등지를 다니며 50여 종을 마셔 보았고, 곧 출시될 ‘건배’를 완성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연구와 테스트, 시음을 했다.

모든 양조 방식은 한국 전통 방식을 준수했다. 자연 발효한 밀로 만든 누룩은 직접 만들었고, 어떤 감미료나 설탕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저온 살균을 했다. 저온살균 후 테스트한 결과, 품질에는 영향이 없었다. 질 좋은 한국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쌀이 발효되는 단계를 세 번 거치는데, ‘건배’는 사양주로 빚어 네 단계를 거치고 총 한 달이 걸린다.

퀘벡산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11.5%이고 500mL 용량 유리병에 담겨 몬트리올과 퀘벡 지역 소매상에서 판매된다. 퀘벡주에 이어 주요 한국 커뮤니티가 있는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될 계획이다. 상표는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로 작성된다.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뒤플랭 씨에 따르면 그의 막걸리는 훌륭한 산미와 향미로 갈증을 풀어준다고 한다.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막걸리가 무척 기다려진다.

2021년 6월 15일
또한, 문화재청에 따르면 ‘막걸리 빚기’는 이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건배, tchin-tchin,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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